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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살기 in 호치민

심호랑이 2023. 9. 2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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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추석연휴가 시작됐다. 개천절까지 이어지는 6일의 황금연휴!! 한국에서 회사생활을 계속하고 있었다면 정말이지 가슴 설레는 날이었겠지만 아쉽게도 여기는 호치민이다. 베트남의 추석은 중추절(仲秋節)이라 하는데 연휴가 아닌 기념일?!이다.  '반쭝투'라는 월병을 서로 선물하거나 가족들이 같이 나눠먹는다고 한다. 한국의 송편처럼 반쭝투는 베트남의 대표적인 추석 음식으로, 백화점과 마트 식품 코너에 화려하게 꾸민 코너가 생기고 상점가 및 도로 곳곳에도 임시 상점들이 즐비하다.

 

구글 로고에 반쭝투가!! 반가운 마음에 캡처!해서 추가해봄!

 

명절 연휴 첫날, 한국이었다면 차례 음식 준비로 바빴을 것이다. 우리집은 큰집으로 추석, 설이면 차례를 지내고 일 년에 제사도 여러 번이다. 맞벌이하는 엄마를 도와 명절이면 늘 음식 준비를 했다. 대학교 친구들이 명절 연휴에 만나서 놀자는 제안에 너무나 놀랐던 기억이 있다. 명절에 나가서 놀 수 있다고!!!!!! 과거와 달리 많은 것들이 간소화되었지만, 여전히 명절 첫날은 '집에서 음식준비'가 디폴트다. 결혼을 하면 '시댁에서 음식준비'로 장소만 바뀌는 것이 많은 한국 여성들의 현실이다. 

 

베트남에 있으니, 올해는 용돈 송금과 안부 전화로 마무리되었다.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다.(인정)

 

단편적인 사례만 보면 해외에서 사는 것이 좋아보일 수밖에 없다. 물론 좋은 점들도 너무 많다. 한국처럼 친밀한 가족관계, 해야 할 역할과 책임 등등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다. 한국에서의 삶에 지쳤다면 새로운 인생을 꿈꿔볼 수 있는 해외 생활을 그리기도 할 것이다. 기회가 있다면 한 번쯤은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다만, 해외 여행을 하듯 즐겁고 신나기만 할 거라는 생각은 접어두길 바란다.

 

한국의 지인들과 통화를 하면 다들 '좋겠다, 부럽다, 즐겁겠다'라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나도 호치민에 입국해 살기 전까지는 같은 마음이었다. 해외 여행도 혼자 잘 다니고, 오래 머물면서 여행하는 걸 즐기니 해외 생활이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가족들과의 관계가 조금은 버겁기도 했고, 그래서 거리를 두고 싶기도 했다. 부모님과 본가에 살며 늘 독립을 꿈꿨다. 오롯이 나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이 필요했다. 연애시절 남편이 해외에서 혼자 있는 것이 힘들다고 할 때마다 걱정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충분히 공감하지 못했다. 

 

결혼과 호치민 생활이 확정되고 처음으로 호치민에 입국한 날 깨달았다. 집에 오는 택시 안에서 바라본 풍경이 너무나 달라보였다. 남편을 만나러, 잠깐의 여행으로 올 때도 같은 풍경을 봤을텐데. 어두운 밤 드문드문 불빛이 있던 호치민 거리, 이곳에서 내가 살아야 한다니 막연한 두려움이 몰려와 눈물이 났다. 호치민 생활을 시작하고 얼마간은 그랬다. 즐겁게 저녁식사를 하고 남편과 집에 오는 길, 아파트 단지 앞 깜깜한 도로에 들어서면 알 수 없이 외로운 마음이 들었다. (10년 가까이 혼자 있던 그에 비하면 너무 보잘 것 없는 깨달음이겠지만) 남편이 말하던 외로움을 정말 아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진심으로 미안했다. 

 

지금도 여전히 다름을 깨달으며 살고 있다. 여행을 왔다면, 지금 이 시간에도 도심 속 어느 거리를 열심히 걷고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을 시간이 없다.ㅎㅎㅎ 호치민의 오후는 너무 덥다. 여기에 사는 사람들은 해가 지기 전에는 웬만해선 밖을 나가지 않는다. 며칠간 비 오고 흐렸던 날이 무색하게 아파트 창 밖으로 해가 쨍쨍이다. 아이스라떼를 한잔 더 만들어 창 밖 구경을 조금 더 해볼 생각이다. 해가 지기 전까지 외로움을 친구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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