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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소소한 하루

일단 쓰고 싶어 쓰는 글쓰기

심호랑이 2023. 10. 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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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살던 동네에는 2주마다 한 번씩 놀이터로 이동도서관이 찾아왔다. 지금은 동네마다 크고 작은 도서관들이 많이 생기고 있지만, 그때만 해도 동네에 유일한 구립도서관에 가려면 꽤 많이 걸어야 했던 기억이 있다. 봉고차를 개조해 만들어진, 캠핑카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차 안에는 아동도서를 비롯해 다양한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한 번에 5권의 책을 빌릴 수 있었고, 뒷 표지 안쪽에 있는 대여자 리스트에 본인의 이름을 적어야 했다. 초등학생이던 나는 항상 최대한도였던 5권의 책을 빌렸다. 대부분 2주가 되기 전에 다 읽고 이동도서관이 오기를 기다렸다. 책 읽기를 좋아하던 어린이였다. 
 
#고3, 수시 원서 제출을 위해 자기소개서와 학업계획서를 썼다. 당시 나의 꿈이 무엇이고, 왜 이 꿈을 갖게 되었는지, 그래서 무엇을 노력해 왔고, 앞으로 대학교에서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지, 어떤 재학생이 될 것인지... 진심을 다해 써 내려갔다.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몇 차례의 수정을 거쳐 최종본을 봤을 때 꽤나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그때였던 것 같다. 내가 글쓰기를 좋아하고 나름 잘한다고 생각한 게.
 
#내 가방에는 수첩과 펜을 늘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가다가, 공강 시간 빈 강의실에 앉아서, 혼자 카페에 있을 때,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도... 심심하면 수첩을 꺼냈다. 공부, 동아리 활동과 관련된 내용도 있고 밑도 끝도 없이 아무 말 대잔치인 경우도 있다. 그즈음 생각한 것 같다. '글쓰기를 직업으로 하면 어떨까.' 이 생각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고작 대학교 3학년이던 내가 알던 세상은 너무나 작았다. 본격적인 글쓰기 공부를 시작하며 높았던 자신감이 떨어지고 떨어져... 지구 반대편에 닿았다. 
 
#1년의 휴학과 졸업 유예, 공모전에 쏟은 공백기까지 친구들 대부분이 2~3년 차 직장인으로 안정을 찾아갈 때 나는 취준생이 되었다. 수십 개 기업에 이력서와 자소서를 쓰고 열심히 면접을 보러 다녔다. 특별한 경력도 없고 기술도 없는 서울 4년제 문과를 졸업한 나이 많은 취준생. 내가 일할 수 있는 책상 하나를 얻는 것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불안할 수밖에 없던 취준생 생활을 끝낼 수 있었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글쓰기였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더니...
 
#업무 경력의 대부분은 콘텐츠 기획, 관련 원고 작성으로 글을 끊임없이 쓰는 일들이었다. 업무용 글쓰기는 목적이 명확하다. 기본적인 형식도 정해져 있다. 계속 쓰다 보면 어느 정도 요령이 생기고 기술도 는다. 개인적 글쓰기 역량도 높아지겠지!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는데 나는 그렇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쓰지 않는다'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무언가를 쓰고, 쓰기 위해 고민하는데... 퇴근해서까지? 회사 생활이 바빠질수록 글쓰기와는 점점 멀어졌다. 중간관리자가 돼서는 더 멀어진다. 여러 실무자들과 콘텐츠를 기획하고 1차 제작을 완료한 원고, 콘텐츠들을 검수하는 일이 주이다 보니 내가 직접 글을 쓰는 경우는 업무 메일이 가장 많았다. 000님, 안녕하세요.
 
#언젠가부터 SNS에 사진을 업로드하며 3줄 이상의 글을 쓰지 않았던 것 같다. 정확히는 쓰지 못했던 것이다. 3줄은커녕 1줄도 뭘 써야 할지 한참 고민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명문장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이런 문장만 잔뜩 쓰다 보니 나의 생각들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그때는 나름의 핑계가 있었다. 회사일로 너무 바쁘니까, 다른 일에 신경 쓸 여력이 없지! 하지만 퇴사와 함께 그 핑계가 사라졌다.  
 
#여유 시간이 많아지니 불안함이 생겼다. 뭔가를 해야 하는데, 나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 하루가 너무 쓸모없이 버려지는 것 같은데... 등등.  꽤 여러 날을 미루다 노트북을 열었다. 타자를 치기 시작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지금도 그렇다. 습관이 정말 무서운 것 같다. 블로그는 뭔가 그럴싸해야 할 것 같았다. 알차고 유익한 정보가 있어야 할 것 같기도 하다(나의 방황이 아마 여러 글에 보일 것 같다ㅋㅋ). 계속 알쏭달쏭 고민이 들지만 일단은 그냥 되는대로 꾸준히 써보려고 한다. 결과물로서의 글이 의미 있다기보다, 우선은 쓰는 동안 내가 즐거우니까.ㅎㅎㅎㅎ 일단, 쓰고 싶어 쓰는 블로그.
 
 

내가 생각하는 글쓰기팁

+주제를 생각하고 또 생각하자. 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단문으로 쓰자. 연결어를 줄이자.
+읽으며 쓰자. 자연스럽게 읽히는 문장이 좋은 문장이다. 
+중복문구와 단어, 유사한 주어,  어미는 피하자. 
+좋은 문장을 많이 보고 따라 쓰자. 모방하다 보면 내 실력도 늘 수 있다.  
+글쓰기는 훈련이다. 쓴 만큼 잘 쓰게 될 것이다.
 

글쓰기에 날이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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