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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소소한 하루

공공예절은 배워야...

심호랑이 2023. 10. 23.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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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점심식사를 간단히 해결할 겸 집 근처 파리바게트에 갔다. 주문을 하고 2층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귀여운 여자아이 세 명이 아빠와 함께 올라왔다. 아이들은 매장에서 나오는 K-pop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주변에 있던 손님들은 귀여워하며 아이들을 봤다. 나도 처음에는 그랬다. 

 

손님들이 하나 둘 나가고 난 후, 아이들은 편한 벤치형 의자가 있는 테이블 2개에 흩어져 앉았다. 그리고는 신발을 벗고 누워 핸드폰을 하기 시작했다. 이어폰은 사용하고 있지 않았다. 손님들이 많을 때는 조용히 하라며 아이들을 제지하던 아빠도 트로트를 틀어놓았다. 당연히 이어폰은 없다.ㅎㅎㅎㅎㅎㅎㅎ

 

남편과도 가끔 어떻게 자녀를 키울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아직 자녀는 없지만) 어젯밤에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교권 강화, 체벌의 필요성 등에 대한 이슈가 나왔다. 남편과 나는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전반적으로 아이들에게 규칙과 제재가 필요하다는 데에 의견이 일치한다. 학교에서든, 집에서든.

 

나는 자라며 학교와 집에서 체벌을 경험했다. 부당한 경우도 있었지만, 정당한 사유가 있던 때도  있었다. 너무 엄한 아버지와 집 분위기가 당시에는 힘들기도 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가 기본 예의범절을 익히고 매너를 지키는 사람으로 살아가는데 일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체벌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체벌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잘못된 행동을 교정하는 시도는 필요하다 생각한다.

 

+ 학생 때였지만 해당 체벌이 정당한지 부당한지 알았던 것 같다. 부모님 또는 선생님이 감정이 앞서 체벌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물리적으로 나에게 고통을 주었을지 모르지만 마음 속으로는 내 잘못이 아니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어른들이 참 어른답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좀... 구리다... 생각했다ㅎㅎㅎㅎ)

 

요즘 많은 가정에서 아이들의 자존감을 지켜줘야 한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관용적, 수용적으로 아이들을 키우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엄마아빠가 다 해준다고,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진다고 행복하고 자존감 높은 아이로 클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나에게 허용되는 것과 허용되지 않는 것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한계가 있지만 나의 노력으로 얻을 수 있다면 스스로 그 성취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러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며 나의 욕구와 타인의 욕구를 이해하고, 때로는 양보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기본 매너고, 내가 이러한 기본적인 것들을 스스로 지키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아 내가 좀 괜찮은 사람이구나'라고 느끼며 자존감이 높아질 수 있다. 공공예절, 기본 매너도 지키지 않는 아이는 그냥... 빌런이 될 뿐이다. 

 

+ 얼마 전 본 훈육 관련한 전문가의 인터뷰 영상. 공감! 추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조선미 교수 인터뷰

 

얼마 전에 고속버스에서 20대 여성이 자신의 의자를 뒷좌석 어르신이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최대한 뒤로 젖혔던 일이 있었다. 너무도 당당히, 내 좌석에서 의자가 젖혀지는 대로 하는데 뭐가 문제냐고. 결국 뒷좌석 어르신이 다른 자리로 옮겨 앉으셨다. 내 좌석이니까 내 맘대로 하겠다는 그 생각 자체가 너무나 놀라웠다.

 

짐을 챙겨 1층으로 내려오니 3개밖에 없는 테이블에 사람들이 빼곡히 앉아 있었다. 작은 1인 테이블임에도 불구하고 3~4명씩 앉아 있었다. 꼭 내가 생각하는 이유가 아닐 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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